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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겨울 온실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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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궁 대온실, 비루개

아시아 > 대한민국

발행 2019년 02월 호

투명한 유리 천장으로 햇빛이 쏟아져 내린다. 초록 식물도 행복하다는 듯 봄을 재촉한다. 따뜻한 온실에 있으니 움츠러든 어깨가 활짝 펴지고, 꽁꽁 언 마음도 사르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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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서양식 온실, 창경궁 대온실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을 지나 오른쪽 산책로를 따라 느릿느릿 걸으면, 한파로 얼어붙은 연못이 나온다. 연못 맞은편으로는 뾰족한 아치형 지붕과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철골 건축물이 서 있다. 서양미가 느껴지는 이 건물은 고궁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분위기. 가까이 다가가니 지붕의 용마루와 나무문에 조선 왕실 문양인 오얏꽃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눈부시게 빛나는 이 백색 건물은 1909년 완공된 대한제국 말기의 건축물, 창경궁 대온실. 일본 황실 식물원의 책임자였던 후쿠바 하야토가 설계한 것으로 건립 당시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창경궁 대온실은 프랑스 회사가 시공한 국내 최초의 서양식 건축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등록문화재 제83호로 지정됐다. 온실 앞에 조성된 르네상스풍 분수와 미로식 정원도 은은한 자태에 힘을 보탠다. 바닥에 깔린 색색의 영국제 타일과 미닫이 창문도 세월의 나이테가 쌓여 더욱 정겹다. 이토록 아름다운 건축물이지만 가슴 시린 역사를 품고 있다. 일제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을 창덕궁에 유폐한 후 위로의 의미로 동물원과 함께 지은 것. 온실 속 화초가 어딘지 순종의 모습 같아 서글프다. ‘삐걱’ 나무문을 열고 들어서면 초록빛 세상이 펼쳐진다. 온실 내부는 난대 식물이 주를 이루는데, 70여 종의 식물을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입구에선 천연기념물 제194호로 지정된, 수령 750년의 ‘창덕궁 향나무 후계목’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통영 비진도 팔손이나무 후계목(천연기념물 제63호), 전북 부안 변산면 중계리 꽝꽝나무 후계목(천연기념물 제124호) 등 엄마 나무에서 채취한 다양한 후계목을 만날 수 있다. 온실의 사면을 빙 둘러 분재 식물을 전시한 것이 특징. 벌레를 잡아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 식충 식물도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한쪽에선 섬댕강나무, 울릉국화, 섬백리향 등 인공 증식에 성공한 울릉도 자생식물이 따스한 햇볕 아래 잘 자라고 있다. 장미과의 장수매, 명자나무는 화려한 빛깔을 뽐내며 봄이 가까이 왔음을 알려준다. 반가운 소식이 있다. 창경궁이 2019년부터 오후 9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location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 창경궁
tel
02-762-9515
info
입장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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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식물 카페, 비루개

의정부 경전철 종점인 탑석역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탔다. 대중교통이 닿을 수 없는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20여 분 달려 도착한 곳은 산 중턱에 있는 식물원 콘셉트의 카페, 비루개. “카페에서 나올 때는 족히 십리는 걸어야 할 겁니다.” 등 뒤에서 쏘아붙이듯 건넨 택시 기사의 말이 한 시간 뒤 보란 듯이 현실이 됐다. 하지만 산길을 오르는 내내 행복했다. 집집마다 밥 짓는 구수한 냄새가 났고, 개 짓는 소리가 들리는 푸근한 시골 정취에 마음의 끈이 느슨해졌다. 기하학적인 유리 구조물로 이루어진 식물 카페 비루개는 추위에 언 몸을 꼭 안아주듯 따스한 온기로 가득했다. 1층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돌계단을 따라 온실로 향했다. 층고가 높은 2층 복층 구조로 온실 안은 이미 사람 반, 식물 반이다. 봄 소풍을 나온 듯 다들 상기된 분위기. 유리 천장을 통해 햇살이 구석구석 퍼지는데,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채광이 훌륭하다. 햇빛이 눈을 찌를 수 있어 천장 곳곳에 흰 천을 드리웠다. 은은한 자연 조명, 싱그러운 풀잎 향에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좌석은 입식과 좌식으로 나뉘는데, 어디를 앉아도 힐링되는 기분이다. 통유리 너머로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가슴이 탁 트인다.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그물로 짠 해먹 좌석. 2명이 누워도 끄떡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좌석이 2개뿐이라 예약은 필수, 이용시간은 1시간으로 제한되어 있다. 곳곳에 나무와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어디에서든 포토제닉한 사진을 건질 수 있다. 바닥에 깔린 카펫은 녹색 잔디를 연상케 한다. 의자 모양도 제각각. 동심을 자극하는 그네 의자부터 천장에 매달린 동그란 투명 의자, 편안한 캠핑 의자, 로맨틱한 라탄 의자까지 맘에 드는 의자에 앉아 한숨 돌리기 좋다. 온실 안엔 즐길 거리도 풍성하다. 평상처럼 디자인된 편안한 테이블에서 보드 게임을 하거나 야외에서 대형 체스를 즐겨도 좋다.
location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용암비루개길 219-88
tel
031-841-7612
info
아메리카노 5000원, 페퍼민트 허브티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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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심민아
  • 사진 오충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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