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Navigation

SPECIAL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느긋한 섬, 테네리페

04

가라치코

유럽 > 스페인 > 테네리페

발행 2018년 12월 호

과거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무역 항구였던 가라치코는 16세기 전염병과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 1706년 화산 폭발로 마을 대부분이 파괴된,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고 조용한 바닷가 마을 가라치코가 tvN <윤식당 2> 방영 이후 사람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배우 정유미가 식재료를 사던 정육점과 과일 가게, 주말에만 반짝 문을 여는 피자집 등 마을을 둘러보고 나면 친절한 사람들과 여유로운 마을 분위기에 매료되고 만다.
ㅇ
01

박서준이 서빙 보는 그곳, 타스카 델 비노

자유광장에서 라 퀸타 로하 호텔을 끼고 모퉁이를 돌자마자 왼편 담벼락으로 시선이 옮겨졌다. 와인 통으로 만든 테이블을 보니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다. 윤여정 얼굴이 그려진 ‘Yoon’s Kitchen’ 세라믹 간판도, 비빔밥을 만들던 보조 셰프 정유미도, 스페인어로 척척 주문을 받는 잘생긴 알바생 박서준, 초고속 승진한 ‘이전무’ 이서진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지만, 식당은 TV 속 모습 그대로다. 모로칸 패턴의 타일이 부착된 나무 테이블이 사라져 아쉽지만, 근사한 돌벽과 하얀색 시폰 커튼, 목각 토끼 인형, 박서준이 가게 밖을 쓸던 빗자루, 피코크 그린 컬러의 바 테이블은 여전히 남아 있다. 마치 주인공이 빠져나간 빈 세트장을 방문한 기분이랄까. 와인 바 ‘타스카 델 비노’는 비빔밥과 김치전, 닭강정 대신에 파에야, 샐러드, 샌드위치 등을 선보인다. <윤식당 2> 제작진이 개조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 방송 후에도 소품 하나 바꾸지 않았다는 것. 열에 아홉은 야외 테이블에 앉아 기념 촬영만 하고 간다. 하지만 식사를 하면서 여유롭게 실내를 촬영해도 좋다. 윤여정이 요리하던 주방도 살짝 들여다볼 수 있다. 이곳의 대표 메뉴인 파에야는 평타 수준. 해산물은 풍부하지만 수분이 많아 질퍽한 식감이 조금 아쉽다. 익힌 채소에 마요네즈를 섞어 만든 러시안 샐러드는 미니 식빵 위에 얹어 먹으면 한 끼 식사로 든든하다. 거의 모든 메뉴가 10유로를 넘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ㅇ
  • ㅇ
02

윤식당 품은 호텔, 호텔 라 퀸타 로하

16세기 부호의 집을 개조한 4성급 호텔. 이전 소유주인 퀸타 로하(Quinta Roja) 후작의 이름을 따 지은 것. 300여 년 된 바로크 스타일의 목조 건축물로, 2002년 보수공사를 마쳤다. 겉보기엔 평범한 2층 구조의 저택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갖가지 식물로 둘러싸인 근사한 중정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중정 한가운데에 키 큰 야자수와 분수대, 라탄 소파가 놓여 있어 열대 휴양지에 온 기분이 든다. 호텔은 총 20개 객실로 구성, 도서관과 루프톱 테라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숙박객이 아니더라도 카페나 기프트 숍을 이용할 경우 중정을 둘러볼 수 있다. 특별한 기념품을 사고 싶다면, 호텔 외관이 스케치된 머그컵이나 에코백을 구입하자. 호텔 뒤편에는 <윤식당 2> 촬영지였던 ‘타스카 델 비노’가 있다.
ㅇ
03

자연이 만든 천연 해수 수영장, 엘 칼레톤

한없이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이지만 사실 큰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1706년 테이데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려 가라치코 마을과 바다를 덮친 것. 용암이 차가운 바닷물과 만나면서 그대로 굳었고, 오목한 모양의 천연 수영장이 층층이 생기게 됐다. 해안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거친 화산암 바위는 슬픈 역사의 흔적인 셈. 검은 현무암이 요새처럼 둘러싼 해수 수영장 안으로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들고, 여기저기 다이빙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덩달아 풍덩 뛰어들고 싶어진다. 층층이 깊이가 달라 여러 개의 물웅덩이를 옮겨 다니며 수영하는 재미가 있다. 밀물 때는 수심이 깊어졌다 썰물 때는 낮아지기 때문에 입수하기 전 물 깊이를 확인해야 한다. 엘 칼레톤의 평균 깊이는 1~2m 정도에 불과해 아이들이 즐겨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 수영장 입구에는그날의 기온과 풍속, 운영시간 등이 적혀있고 안전요원도 상시 배치되어 있다. 모로코 기후의 영향을 받아 겨울에도 영상 17℃를 일정하게 유지해 사계절 바다수영을 즐길 수 있다. 해안가엔 비치타월에 누워 책을 읽거나 선탠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ㅇ
04

가라치코 마을의 중심, 자유광장

<윤식당2>에서 직원들이 가게로 출근할 때마다 항공 샷으로 비춰주던 곳이 바로 자유 광장이다. 광장을 가로질러 모퉁이를 돌면 1분 거리에 윤식당을 만날 수 있다. ‘리베르타드(Libertad)’는 스페인어로 ‘자유’라는 뜻이다. 무성하게 자란 야자수와 아름드리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가라치코 여행자라면 한 번쯤 지나게 되는 마을의 중앙광장이다. 광장 주변으로 300년 이상 된 호텔과 수도원 건물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광장 중앙에 팔각정처럼 생긴 고즈넉한 노천카페(Kiosko Plaza La libertad)가 눈길을 끈다. 지붕 아래 8개의 면(八面)마다 나무 잎사귀와 하프 그림이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이른 아침부터 나이 지긋한 동네 어르신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중절모를 벗어놓고 신문을 읽거나 삼삼오오 모여 수다 떠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네스카페 프라페라테를 추천한다. 달달한 인스턴트커피 위에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얹어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열대 과일을 갈아 만든 생과일 주스도 갈증 해소에 그만.
ㅇ
05

화산 폭발에도 건재한 요새, 산미겔성

천연 수영장 엘 칼레톤과 맞닿아 있는 성. 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견고한 산미겔성은 제주도의 돌집을 연상케 한다. 실제 산미겔성은 세월의 풍파와 온갖 시련에도 굳건히 버텨왔다. 16세기 해적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지은 요새로, 화산 폭발에도 극적으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요새 꼭대기에는 십자가가 달린 흰색 종탑이 뾰족 솟아 있다. 험난한 바다와 맞서 싸워온 가라치코 사람들의 염원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하다. 매년 8월 중순이 되면, 요새 앞 대로는 인파로 북적인다. 테네리페의 지역 축제인 산 로케 축제(Fiesta de San Roque)가 열리기 때문. 소가 끄는 꽃수레를 타고 가는 행렬이 장관을 이룬다. 요새 꼭대기에 서면 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사방으로 퍼져 그대로 굳어 생긴 풍경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중세 기사들의 공연도 정기적으로 열린다.
ㅇ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