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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고대 역사 품은 은혜의 성지, ISRAEL

03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아시아 > 이스라엘

발행 2018년 10월 호

한글 받침을 깨우친 일곱 살 무렵, 세로쓰기로 된 성경을 통해 세계사에 눈을 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스라엘 민족에 대한 이야기는 궁금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성경 속 소년 다윗은 물맷돌 5개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렸고, 솔로몬은 서로 친모라고 다투는 두 여인에게 아이를 반으로 가르라며 ‘사이다 판결’을 내려 진짜 생모를 찾아주었다. 선지자 요나는 물고기 뱃속에서 사흘간 갇혀 있다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홍해 바다를 갈라 이스라엘 백성을 건너게 한 모세의 출애굽(出埃及) 이야기는 꿀처럼 달콤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유대인 이야기는 예루살렘성 동편 감람산에 서는 순간, 눈앞에 실재가 되었다. “딸, 은혜 많이 받고 와.” 수화기 너머로 몇 번이고 말하던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엄마의 목소리가 그 순간 화살처럼 날아와 가슴에 콕 박혔다.
신약 성경을 보면 예수는 3번 눈물을 흘렸다. 감람산에 올라 곧 무너질 성전을 바라보며 눈물을 보였고, 죽은 나사로의 무덤 앞에서 또 한 번, 그리고 로마군에 붙잡히기 전날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며 눈물을 쏟았다. 예수가 제자들과 즐겨 찾던 감람산에 올랐다. 높게 솟은 예루살렘성을 향해 기드론 골짜기에 누워 있는 수만 개의 돌관을 바라보았다. 부활을 바라는 영혼을 위해 반듯한 돌멩이를 하나 골라 돌관 위에 살포시 얹었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예수의 눈물이 맺힌 곳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갔다. 무너진 성벽에 상상을 한 줌 보태 헤롯 시대의 성전을 떠올렸다. 안타깝게도 ‘통곡의 벽’만이 그 시절을 증언하고 있다. 단단한 바위산 위에 세워진 예루살렘성은 수차례 무너지고 재건되기를 반복했다. 마태복음을 보면 예수는 다가올 예수살렘의 고난을 예견했다. ‘예루살렘 성전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을 것이며’. 실제 헤롯의 성벽 위에 로마 시대의 벽돌, 그 위에 오스만 시대의 돌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지난해 ‘통곡의 벽’을 다녀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다. 이스라엘 독립 70주년을 맞은 올해, 예루살렘성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통곡의 벽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2000년간 유대인의 눈물이 밴 축축한 성벽 돌 틈에는 성서에 나오는 식물 아비요나가 소담스럽게 피어 있다. 종말에도 살아남을 식물로 비유되는데 유대인의 강인한 정신과 어딘지 닮아 있다. 검정 양복을 입고 몸을 앞뒤로 흔들며 토라를 읽는 유대인들의 울음 섞인 기도와 땀방울이 성벽을 밤새도록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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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심민아
  • 사진 오충근
  • 자료제공 이스라엘관광청 new.goisra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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