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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성북동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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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 대한민국 > 서울

발행 2018년 09월 호

성북동으로 출근한 지 5년이 흘렀다. 그사이 삼거리 할머니 국숫집이 문을 닫았고 세련된 샌드위치 가게가 생겼다. 쌈밥집이 빠져나간 자리엔 독립 서점이 들어섰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600여 년간 서울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준 서울성곽. 성벽 아래 둥지를 튼 성북동은 번잡한 도심에서 살짝 비켜나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돈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마다 상점들이 올망졸망 처마를 맞대고 있고, 그 안엔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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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메이드 수제 버거, 너의냠냠버거

정오를 앞두고 가게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오픈 키친 앞 바(bar) 자리를 포함해 테이블 5개가 전부라 점심시간 전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해 12월에 문을 연 이곳은 5가지 버거를 맛볼 수 있는 수제 버거 전문점. 동양화를 전공한 박정배, 박선윤 커플은 가게 로고부터 간판 디자인, 인테리어까지 도맡았다. 앤티크한 조명과 벽에 달린 행잉 플랜트, 라탄 스툴과 미니 게임기가 정겨움을 더한다. 주문 즉시 불판에 지글지글 패티를 굽는데, 고소한 냄새가 문밖까지 진동한다. 패티는 안쪽까지 고루 익을 수 있도록 마지막에 뚜껑을 덮는 게 포인트. 100% 소고기 패티를 사용해 소고기 본연의 감칠맛과 부드러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대표 메뉴인 ‘너의냠냠버거’는 커리 소스가 풍미를 더하고, 체다 치즈와 토마토, 양파, 청겨자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한입 베어 물면 풍부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지고, 꾸덕꾸덕 녹아든 치즈가 부드럽게 입안을 감싼다. 세트 주문 시 사이드 메뉴로 감자튀김이나 연근튀김을 고를 수 있다. 기존 패스트푸드점에서 먹던 얄팍하고 짭조름한 프렌치프라이가 아니다. 바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연근 튀김은 다 먹고 나면 아쉬울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과거 한식당에서 일한 박정배 대표는 얇게 썬 연근을 튀겨 버거에 어울리는 사이드 메뉴로 개발한 것. 버거 맛을 살리는 일등공신이 아닐 수 없다.
location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7길 4
tel
070-8731-3001
info
너의냠냠버거 7800원, 클래식버거 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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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힐링 부르는 스위스풍 카페, 제뉴어리 카페

성북동 골목길에서 유독 튀는 하얀색 외관. 이곳은 스위스 가정집을 콘셉트로 한 카페, 제뉴어리 피크닉이다.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면, 햇살이 한가득 쏟아지는 너른 창문이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광목 커튼을 젖히면 꽃나무가 심어진 작은 화단이 싱그러움을 선사한다. 창가 옆 테이블에 기대 연둣빛 햇살을 조명 삼아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오후를 만끽할 수 있다. 한 달간 스위스 여행을 다녀온 안지혜 대표는 스위스에서 받은 감흥과 스위스인 특유의 따스함을 담아 카페를 차린 것. 자신의 생일인 ‘1월’과 가장 좋아하는 놀이인 ‘소풍’을 결합해 지은 제뉴어리 피크닉은 온통 주인의 취향이 배어 있다.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툭 터진 오픈 키친을 선택했고, 2~3명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작은 테이블을 몇 개 두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사장님은 스위스 여행 중에 산 엽서와 폴라로이드 사진, 아기자기한 소품, 종이에 끼적인 손 글씨로 구석구석 꾸몄다. 아버지가 직접 커튼을 달아주었고, 어머니가 사모은 찻잔으로 에이드를 내놓는다. 이곳에서 파는 메뉴는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과일 셔벗으로 만든 에이드를 두 종류 선보이는데, 과일 본연의 단맛이 느껴진다. 3스쿱의 셔벗이 들어가는데, 볼록 솟은 셔벗을 2~3스푼 떠먹은 후 탄산이 잘 섞이도록 저어 먹으라고 말한다. 스위스의 청량함을 담은 ‘그린델발트 샌드위치’는 에이드와 함께 즐기기 좋다. 어린 잎 채소에 얇게 저민 아보카도, 햄, 치즈, 토마토, 양파가 들어간 오픈 샌드위치로,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섞은 수제 마요네즈 소스가 매력적이다.
location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1가 48
tel
02-747-5394
info
그린델발트 샌드위치 8500원, 라임에이드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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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 나는 가죽 공예, 가죽공방 제이앤케이

한성대입구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라이카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가죽 공방이 있다. 나선형 철제 계단을 빙글빙글 올라가면, 유럽 아틀리에에서 봄직한 아늑한 공방이 나온다. 카메라 가방과 케이스, 스트랩 등 눈 돌아갈 만큼 감각적인 디자인 제품이 수두룩하다. 유럽식 가죽공예 기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1세대 가죽공예 공방 Jnk는 독일 명품 카메라 라이카(Leica)에 가죽 옷을 입히는 작업을 주로 한다. 라이카 스토어 마이애미와 독점 판매 계약을 맺은 Jnk는 한국 브랜드 최초로 라이카 정식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9월에는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국제사진영상전시회 ‘포토키나’에 참가할 예정이라고. 카메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김세준 대표는 사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사진기자로 활동할 만큼 사진 찍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코니카 헥사 RF, 자이즈 이콘을 사용하던 김 대표는 마음에 드는 카메라 케이스를 찾지 못해 2005년부터 취미로 가죽공예를 시작한 것. 당시 한국에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러프한 염색공예가 주를 이뤘다. 김 대표가 지향하는 새들스티치 방식의 유럽 스타일 가죽공예는 국내에 전무했던 것. 초창기부터 줄곧 주문 제작 방식을 고수,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 제작 시간이 일주일 이상 소요된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면 15가지 이상의 다양한 컬러와 질감의 샘플을 보며 가죽을 고른다. 자연 친화적인 베지터블 태닝 가죽과 화학 성분으로 처리한 실용적인 크롬 가죽 중에 고를 수 있다.
location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7길 21
tel
02-747-7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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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잘 내리는 빵집, 북악밤부베이커리

원두커피 로스팅 기업 ‘Coffee DNA’가 합정 1호점에 이어 6월 22일 성북동 주택가에 2호점을 냈다. 마당 딸린 2층 저택을 개조한 외관에 동서양이 믹스된 독특한 인테리어가 특징. 입구에 걸어 놓은 대나무 수묵화와 그 아래 놓인 크루아상이 강렬하게 대비를 이룬다. 대나무 숲처럼 꾸민 은밀한 브루잉룸, 유럽 거리를 연상케 하는 복도가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뽐낸다. 특히 빵을 활용한 기발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천연 발효종으로 만든 넓적한 사워 도우(Sour Dough) 빵을 마치 메주를 매달 듯 벽면에 줄지어 장식해놓았고, 창가에 식빵을 켜켜이 쌓아두었다. 조도를 낮춘 아늑한 1층 홀은 넝쿨 식물이 벽을 타고 자랄 수 있도록 설계했고, 벽면을 빙 둘러 좌석을 설치한 2층 홀은 사방이 통유리로 시원하게 트여 있어 복닥거리지 않아 좋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크루아상과 치아바타, 바게트, 샌드위치. 크루아상 종류만 해도 10여 가지. 말차 리스트레토, 앙버터, 메이플, 아몬드, 넛츠, 마다가스카르, 쇼콜라 무스 등 다양한 크루아상을 맛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빵은 ‘크루아상 말차 리스트레토’. 호주 최고급 유기농 밀가루와 프랑스산 천연 버터, 오설록 녹차로 만드는데,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보기만 해도 행복해진다. 기존 빵집에서 사용하는 코팅 다크나 녹차 파우더 대신에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 사용하고, 녹차에 에스프레소를 넣어 빵의 풍미를 더했다. 로스팅 회사답게 커피 맛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해발 1700~2200m에서 생산된 최고급 생두를 블렌딩하고, 로스팅 후 일주일 이내의 원두만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location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156
tel
02-747-0305
info
크르아상 말차 리스트레토 5200원, 아메리카노 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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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심민아
  • 사진 오충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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