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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아트 유랑단과 함께 떠나는 에히메현 아트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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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유랑단을 소개합니다

아시아 > 일본

발행 2018년 03월 호

지난해 가을, 너도밤나무로 둘러싸인 아키타현 원시림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다. 화이트큐브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작품이 스며든 것. 초록빛으로 가득한 숲속에 예술의 온기를 불어넣은 이들이 있으니 바로 ‘아트 유랑단’. 다시 3개월 만에 아트 유랑단 4인이 에히메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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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KIM SUN YOUNG

여행하는 예술가 그룹, 아트 유랑단 활동이 흥미로워 보여요.
‘아트 유랑단(artistnomad)’은 회화와 디자인, 공예, 사진, 영상, 미디어아트, 어쿠스틱 밴드 등 각 분야의 예술가들로 구성됐습니다. 아오모리를 시작으로 아키타를 거쳐 도쿄, 가나자와, 교토 등 각자 작품을 옆에 끼고 도시에서 도시로 옮겨 다니며 전시를 했어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청정 지역인 아키타현의 뉴토온천향(乳頭温泉郷) 숲 속과 료칸, 코코라보라토리 갤러리, 도쿄 지요다 3331 등에서 의미 있는 전시를 열었죠.

이번 에히메현 여행도 작품으로 탄생하나요.
저는 빈티지한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에히메현에는 시간의 흔적이 그대로 녹아 있는 장소가 많았어요. 3000년 역사를 간직한 도고 온천, 귤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할머니의 골동품 가게, 미쓰하마의 빈집 프로젝트 등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어갑니다.

작품의 영감을 어떤 식으로 얻는 편인가요.
영감이라는 게 참 희한해서 골똘히 생각할수록 떠오르지 않아요. 멍하니 누워 있거나 만화책을 보며 몽상에 빠졌을 때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죠. 쓱싹쓱싹 스케치를 하고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요. 도무지 떠오르지 않을 땐 여행을 다녀오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채워지죠.

상상력이 결합된 작가님의 작품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작업의 전반적인 주제는 질문과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입니다. 질문이 많은 편이라 답을 찾기 힘들어요. 사실 어처구니없는 질문이 대부분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예를 들면 ‘나는 왜 오렌지의 단맛을 좋아하면서 사과의 단맛은 싫어할까?’ ‘닭은 왜 닭이라고 부를까?’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모두들 한심하게 쳐다봐요. 어쨌건 궁금증을 풀어야 잠이 오잖아요. ‘내가 사는 세상이 가짜라면 그것을 어떻게 구분할까?’ 요즘은 이런 질문에 열중하고 있어요. 어른이 되면서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제 그림을 통해 잠시 엉뚱한 생각이나 유년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다면 즐겁지 않을까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은?
설치 작업에 대한 작은 꿈이 있어요. 흔히 작품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봐야 한다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인공위성에서 감상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거대한 설치물을 지구 곳곳에 설치하고 싶어요. 지나가던 다른 행성인이 형편없는 작품이라고 비웃을지 모르겠네요.
작품 속에 작가님과 고양이가 함께 여행하는데요. 그래서 여행자에게 와닿는 작품 같아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저이기도 하고 아닐 때도 있어요. 예전에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다 문득 ‘이러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버리면 어쩌지?’ 하고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어요. 잠이 부족하던 시기여서 그런 질문이 당연하고 현실적으로 느껴졌죠. 아무 준비 없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면 곤란해요. 배낭에 먹을 것도 잔뜩 챙기고 심심하지 않게 이것저것 준비해야죠. 혼자라면 조금 심심할지도 모르니 털복숭이 작은 내 친구 ‘순돌이(그림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를 데려가야겠어요.

오아시스 작업실은 어떤 곳인가요.
갈 곳이 없다고 아내인 이소을 작가에게 늘 투덜댑니다. 의식의 환기가 필요한 시기가 있잖아요. 그럴 때면 조용한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멍하니 시간을 보냅니다. 작업실을 나와 근처 카페를 찾지만 책을 읽기엔 시끄럽고, 조용히 있으려니 사람들과 자꾸만 눈이 마주칩니다. 갈 곳이 없다고 투덜대고 있으니 이소을 작가가 그런 공간을 만들어보라고 말했어요. 몇 달간 부동산을 기웃거린 끝에 마음에 드는 장소를 발견했어요. 그렇게 오아시스가 탄생했어요. 그리고 오아시스는 때때로 창밖 동네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 적당한 곳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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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영(한국화) | 신라대학교 미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2017 Amsterdam 및 2017 Hambrug Affordable Art Fair | 2017 <예술, 여행이 필요한 시간> 아트 유랑단 | 2017 한국적십자 잡지 표지 선정 작가 2016 개인전 서머셋 호텔 | 2016 아트 부산 | 2015•2016 Affordable Art Fair Hong K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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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와거북이 96x72cm | 한지에 채색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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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 들어올리는 남자와 상상의 무게 61x73cm | 한지에 채색 | 2018

이소을 LEE SO EUL

에히메현은 어떤 곳인가요.
에히메현을 여행하는 내내 부러운 점이 있었어요. 첫째는 도베 지역의 한 도자기 공방에서 작가들과 쉽게 만나며, 이들의 작품을 상점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거죠. 에히메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그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둘째는 일본 유명 건축가 이토 도요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빈집 프로젝트입니다. 사람들이 떠난 빈집을 카페와 레스토랑, 물물교환 장소 등 이색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는데, 옛 모습을 보존하는 노력이 인상 깊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와 평소 이런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는 작가들과 느낀 점을 공유했죠.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은 곳이 있었나요.
오미시마에 있는 ‘민나노이에’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일본어로 ‘모두의 집’이란 뜻인데요. 빈집을 재미있는 공간으로 활용한 점이 흥미로웠어요. 사람뿐 아니라 동물까지 포함한 ‘모두의 집’이 되면 어떨까 상상했어요. 길고양이나 야생동물도 우리와 같은 곳에 살고 있는 생명인데, 사람들은 땅 위에 집을 짓고 동물이 나타나는 것에 불편을 토로하잖아요. 사람과 동물이 함께 쉬어가는 민나노이에를 상상하며 작품으로 옮겨볼 생각입니다.

작품에 동물이 자주 등장하네요.
최근 뉴스에서 환경문제로 남극 펭귄이나 북극곰이 죽어가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베트남 웅담 채취 농장의 아시아 흑곰들이 앞발이 없다는 기사를 봤어요. 곰발바닥 와인을 만든다는 내용이었어요. 다행히 이 농장의 곰들은 구조가 되어 재활 시설에서 보살핌을 받는다고 하지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가슴 아픈 일이 많이 있을 겁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돼요. 무참히 죽어간 동물들을 기리기 위해 작품 속에 더욱 발랄한 모습으로 등장시키죠. 이번 작품에서도 흑곰이 등장해요. 앞발이 없는 곰은 권투 글러브를 끼고 아직 야생에 적응하지 못해 나무 뒤에 숨어 지켜보고 있어요. 사람들에 의해 뿔이 잘려나간 사슴은 자신의 뿔 대신 나뭇가지를 단단히 묶어 고정했어요. 저마다 사연을 가진 동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문 옆의 광고를 열심히 읽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이곳에 작품을 전시하면 어떨까요. 전문 전시장은 아무래도 목적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쉽게 찾을 수 없잖아요.

김선영 작가님과 결혼하신 지 1년이 되어가네요.
저를 법적 동거인이라고 말하는 선영 작가는 천생 작가입니다. 반면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작업을 병행하죠. 수업시간을 일주일에 두세 시간으로 할애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 닷새 내내 수업을 했어요. 하나에 몰두하면 다른 일에 집중하기 힘든 편이라 그간 작업에 몰두하지 못했죠. 하지만 작업에 열중하는 남편이 곁에 있어 열정과 관심을 놓지 않을 수 있어요. 부부 작가이다 보니 가끔 작업 중에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두게 됩니다. 지금은 1, 2층으로 나누어 각자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어요.

SNS를 통해 가족의 일화를 그린 펜드로잉을 잘 보고 있습니다.
결혼이 저의 첫 독립이다 보니 하루하루 처음 겪는 일이 많아요. 주택 생활 또한 처음이라 웃지 못할 해프닝이 많아요.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을 짤막한 그림일기 형식으로 혼자 기록하고 있는데, 어느 날 남편이 재미있다며 SNS에 올려보라고 권했어요. 지금은 순돌이(고양이)와 남편 그리고 저 이렇게 세 가족 이야기지만, 제가 돌보고 있는 집 주변 길고양이 9마리의 이야기도 그려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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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소을(동양화) | 동아대학교 회화과 졸업 | 2017 <예술, 여행이 필요한 시간> 아트 유랑단 | 2017 청주아트페어 | 2017 경남아트페어 | 2014 개인전 <15분 후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그림자의 세세한 변화> 2013 한중일 국제미술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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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아래의 유희 117x91cm | 한지에 채색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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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4시30분의 어색한 만남 41x53cm | 한지에 채색 |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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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을 줍는 고양이 20x20cm | 한지에채색 | 2017

이현준 LEE HYUN JUN

에히메현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일본을 갈 때마다 정갈하고 깔끔한 분위기, 사소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습니다. 에히메현 또한 오래된 것을 그대로 보존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공유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빈집에 온기를 불어넣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노력이 가슴속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에히메현 여행 중에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은 곳이 있나요.
마지막 날 둘러본 항구 마을 미쓰가 인상적이었어요. 버려진 집과 병원, 상점을 리모델링해 멋진 공간으로 탄생시켰죠. 마을로 이주해 온 사람들과 남아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건축물과 함께 사진으로 담아보고 싶습니다.

작품의 영감을 어디에서 얻나요.
주로 도시의 사람들과 건축물을 보며 영감을 얻습니다. 영감이라기보다는 도시를 계속 걷다 보면 마주하는 장면이 있어요. 제가 담고 싶은 타인의 순간과 배경이 되는 건축물이 제 사진 스타일과 맞아떨어질 때 셔터를 누릅니다.

그래서인지 도시 사진이 유독 많아요.
저의 작업은 도시와 도시의 밤, 안쪽 골목길을 걸어 다니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작은 골목길, 사람들, 그들을 둘러싼 풍경 등을 담아내고 있죠. 특히 도시의 밤을 좋아하는데, 낮 동안 감춰온 도시의 이면이 드러나고, 불필요한 요소들이 제거되어 단순한 모습으로 돌아가죠. 저는 클로즈업되어 인물을 부각하는 사진보단 이미지 안에 여백을 준다거나 선 안에 피사체(사람)를 배치해 안정감 있는 구도를 만들려고 합니다. 흑백필름으로 촬영할 때 뷰파인더에서 컬러로 보이지만 머릿속으론 흑백으로 봐야 합니다. 그때 눈에 보이는 컬러를 최대한 단순화해 이미지를 만듭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은?
급변하는 서울에서 살다 보니 가슴이 아플 때가 많아요. 오래된 건물이 무작정 철거된다거나 동네가 통째로 사라지고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일이죠. 현재 서울의 모습을 이미지로 담아두는 아카이빙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진 작업이 있나요.
미국 유학 시절 교양 과목으로 보도사진 수업을 청강하고 있었죠. 제가 살고 있던 캘리포니아의 샌타바버라라는 동네에서 역대적인 산불이 났죠. 그때 사진학과 학생들, 특히 보도사진 전공인 친구들이 모두 카메라 장비를 들고 산불 현장으로 달려갔어요. 현장에서 다큐 이미지를 건질 생각으로요. 소방관이 산불 끄는 모습, 동네를 사수하는 장면 등을 촬영하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는데, 불을 진화하면서 생긴 노란색 연기가 파란 하늘을 덮고 있는 거예요. 야자수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더해져 더욱 아름다웠죠.

어떻게 사진을 시작하게 됐나요.
미국 유학 시절 영화 촬영감독을 꿈꾸며, 어머니가 사주신 캠코더를 들고 많은 영상을 담았어요. 어설프지만 제 감정을 영상에 표현하기도 했고요. 결국 영화학과에서 촬영을 전공했고, 학부 중에 휴학하고 한국 장편영화 제작에도 참여했어요. 어느 날 보도사진 수업을 듣는데,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빼앗겨 엄청난 고민에 빠지게 됐어요. 대학 졸업 후 감성 사진을 제대로 배우고 싶단 생각에 미국에서 일본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평소 자주 보던 일본 영화의 감성적인 풍경이 영향을 미쳤어요. 1~2학년 때는 흑백사진 촬영과 흑백 프린팅에 집중했어요. 흑백사진은 오로지 빛의 밝고 어두움으로만 표현되기 때문에 구도와 빛을 보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습니다.

평소 어떤 걸 찍으세요.
걸어 다닐 때는 물론이고 운전 중에도 이목을 끄는 것이 있다면 잠시 멈춰 사진을 찍습니다. 상업적으로는 건축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도시 건축물에 관심이 많아요. 특히 서울의 골목길을 좋아해 큰길보다 뒷길로 다니고, 낯선 골목길을 찾아 한참 돌아다니죠.

앞으로의 계획은?
최근 첫 개인전을 열었어요. 덕분에 앞으로의 작업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죠. 그리고 오랫동안 작업해온 ‘도쿄의 우산 쓴 사람’을 주제로 다음 전시를 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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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준(사진) | 동경공예대학 사진학과 졸업 | 2017 MCM KUNST PROJECT #11 SOLITARY 전시 | 2017 <공감_한일 크리에이터 교류 프로젝트> Seoul 2016 Seoul | 2015 <1384 Project 北海道展> Seoul | 2012 <10+1>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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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kohama pigment print on paper | 59.4x84.1cm | 2010
  • 2
    ehime 2 pigment print on paper | 59.4x84.1cm | 2017
  • 3
    back alley pigment print on paper | 59.4x84.1cm | 2017

이수영 LEE SU YOUNG

여행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여행은 생각을 더 넓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시각적으로도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그것에서 오는 영감을 간단하게 기록하고 다시 꺼내 그림으로 그립니다. 그날의 걸음, 바람, 공기 냄새, 살에 닿는 습기 같은 것들이 아찔하게 환기되면서 매번 큰 에너지를 얻어요.

이번 에히메현 여행은 어땠나요.
과거와 현재의 자연스러운 연결이 인상적이었어요. 사람이 떠난 빈집을 허물지 않고 다시 따듯한 공간으로 바꾸는 과정이 아름답게 느껴졌어요. 제 작업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데, 그런 부분에서 깊이 공감했습니다. 요즘은 무언가 빨리 사라지고, 다른 것들이 재빨리 그것을 대신합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기에 너무나 어색한 시간이지요.

에히메현 여행 중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나요.
도고프린스호텔의 게이샤 우동 가게 콘셉트의 우동쇼(?)를 그려보고 싶습니다. 우동 반죽을 직접발로 밟고 우동을 시식하는 우동 만들기 체험인데, 카세트테이프에선 한국 가요가 흘러나오고 게이샤의 힘찬 응원이 더해져 뭔가 신비로운 시간이었어요. 간장 몇 방울을 적신 게 전부인 우동이 왜 그리 맛있을까요. 한쪽에선 삶은 면을 건지고, 다른 쪽에선 게이샤의 춤사위가 펼쳐집니다. 탄탄한 공간은 아니지만 그래서 춤이 더 멋져 보였어요.

요즘 몰두하고 있는 작업이 있나요.
일상에서 얻은 영감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특별하진 않지만 누구나 알고 있고, 본 적 있는 인물과 풍경을 그리죠. 요즘 아트 유랑단 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걸고 내린 것도 멋진 일이었지만, 2주 동안 함께 여행한 유랑단과의 시간도 무척 값집니다. 그들을 불러내 다시 그날의 숲 속에 등장시키려고 합니다.

작품이 작가님의 맑고 순수한 면을 많이 닮았어요.
하하하. 등장인물들이 한몫하는 것 같아요. 아니면 쓰는 재료가 자연에 가까워 그런가 봐요. 한지를 바탕으로 여러 번 색을 쌓는 수간채색 방법인데, 느린 저와 닮았다는 말을 종종 듣는 편입니다.

목욕탕 시리즈는 유독 눈을 즐겁게 합니다.
유년 시절 집 앞에 목욕탕이 있었어요. 홍매색 타일이 박힌 단정한 목욕탕인데, 주말마다 엄마, 언니와 함께 갔어요. 따가운 때수건으로 피부가 붉어질 때까지 엄마가 때를 밀어준 시간, 핑크팬더 머리를 감겨준 시간, 언니와 사과 주스를 나눠 먹은 시간, 김이 서린 언니의 금테 안경 등 이런 기억들이 제겐 행복하게 자리하고 있어 지금도 목욕탕에 가면 그런 기억이 떠올라요. 그중 애착 가는 작품은 <여자라서 햄볶아요>(2009)인데요. 첫 목욕탕 시리즈라서 그런가 봐요. 꼬맹이부터 아가씨, 아줌마, 할머니들이 목욕탕에서 하는 행동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몸이 뜨거운지도 모르고 탕 안에서 조심스레 엿본 기억이 있습니다.

한국화라고 하지만 서양화, 심지어 디자인 감성까지 느껴집니다.
사실 그림에서 경계는 무의미한 것 같아요. 재료로 범위를 나누자면 한국화인데 그저 화면으로 바라보면 경계가 모호하죠.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이 더 이상 한국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수많은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받은 자극과 영감이 자연스럽게 화면에 담기는 것이 아닐까요.

여자들이 좋아할 감성 가득한 작품입니다. 디자인 상품 같기도 하고요.
일본은 어딜 가도 사고 싶은 게 많아요. 상품화가 잘되어 있는 것 같아요. 작은 식당에서도 그만의 기념품이 있으니까요. 그림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간직할 수 있는 물건을 만들 생각입니다. 안 그래도 다음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아트 상품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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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영(동양화) |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 2017 <예술, 여행이 필요한 시간> 아트 유랑단 참가 | 2017 청주아트페어 | 2017 경남아트페어 | 2016 경남아트페어 | 2015 개인전 <보통의 시간> | 2013 개인전 <여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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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컴 한지에 수간채색 | 30x45cm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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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후땡 한지에 수간채색 | 2010
  • 에디터 심민아
  • 사진 이근수(프리랜서)
  • 자료제공 이소을(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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