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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S BEST

Cafe Loved by Art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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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사랑한 카페

유럽

발행 2018년 02월 호

예술가들이 작품을 구상하고 예술을 논하던 유서 깊은 카페는 그 자체로 특별하다. 커피를 마시며 악상을 떠올리고 고뇌하던 테이블에 나도 기대 글을 끼적이고, 사랑의 흔적이 깃든 카페에 앉아 같은 풍경을 바라본다. 한 세기 풍파를 견뎌온 공간, 예술가의 이야기가 나지막이 흐르는 카페는 여행자를 홀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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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가 즐겨 마신 이탈리아 정통 커피, 안티코 카페 그레코

스페인 계단에 앉아 콘도티 거리를 내려다보면, 유난히 분주한 가게가 눈에 띈다. 바로 1760년에 문을 연 ‘안티코 카페 그레코’. ‘안티코(Antico)’는 이탈리아어로 ‘고대, 옛날’이란 뜻으로, 오랜 명성답게 괴테, 바그너, 보들레르, 안데르센, 리스트, 카사노바 등 당대 쟁쟁한 문인과 예술가들이 즐겨 찾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3대 카페답게 세련되고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박물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벽면에 그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로마 건축물과 도시 풍경화가 주를 이룬다. 붉은색 벨벳 의자에 앉아 그림을 감상하며 커피를 홀짝이다 보면, 수백 년 전 예술가들과 교류하는 기분이 든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식후에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시는데, 점심 이후에 가면 자리가 없는 건 물론 서서 마시기도 힘들다. 커피를 주문하면 오렌지색 띠를 두른 작은 에스프레소 잔에 커피가 반쯤 담겨 나오는데, 커피 받침에 초콜릿 캔디를 같이 내준다. 이곳에선 커피를 마시기 전에 초콜릿을 먼저 먹는 게 특징. 풍부한 황금색 크레마 거품이 풍미를 더하는 ‘안티코 카페 그레코’의 에스프레소는 쌉싸름한 맛 뒤에 부드러움이 혀끝을 감돈다. 취향에 따라 설탕을 넣는데, 걸쭉하면서 달달한 맛이 매력적이다. 자리에 앉아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7유로지만, 바에 서서 마시면 1.5유로다.
location
Via dei Condotti 86, Roma
tel
+39-06-679-1700
website
www.anticocaffegreco.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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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추억이 깃든 고전 카페, 카페 토마셀리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가 나고 자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도시 곳곳엔 모차르트의 흔적이 깊고 진하게 남아 있다. 레지던트 광장에서 게트라이데 거리로 가는 길목에 있는 카페 토마셀리는 모차르트를 비롯해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이 즐겨 찾던 곳이다. 1703년 문을 연 이곳
은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통한다. 인테리어 역시 예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고전적인 스타일. 원목으로 장식된 벽면과 고풍스러운 고가구, 카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신문걸이 등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오스트리아식 카푸치노, 멜랑게(Melage)와 비엔나커피, 아인슈패너(Einspanner). 주문을 하면 네모난 은쟁반에 커피와 물 한 잔, 수저가 함께 나오는데, 물 인심이 박한(?) 유럽에서 물을 공짜로 주다니 놀랍기만 하다. 커피를 마시기 전에 물로 입을 가볍게 헹구고 커피 본연의 맛을 음미하라는 카페의 세심한 배려. 멜랑게는 풍성한 우유 거품과 생크림, 초콜릿 가루가 얹어 나오는데, 부드러운 거품과 진한 커피, 달콤한 설탕까지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 앞치마를 두른 웨이트리스가 케이크 쟁반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신기한데, 그 자리에서 계산하고 먹는 시스템이다. 날이 좋으면 햇살을 가득 머금은 2층 야외 자리와 가게 앞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셔도 분위기 있다. 카페 맞은편에 있는 퓌르스트(Furst)는 모차르트 초콜릿 원조 가게로 알려져 있다.
location
Alter Markt 9, 5020 Salzburg
tel
+43-662-8444880
website
www.tomaselli.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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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와 에곤 실레가 처음 만난, 카페 무제움

레오폴드 미술관에서 에곤 실레의 작품으로 메마른 감성을 촉촉이 채웠다면, 카페 무제움에선 에곤 실레의 시선으로 창밖 너머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1899년에 문을 연 ‘카페 무제움’은 세계적인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건축가 오토 바그너, 작곡가 알반 베르그 등 19세기 말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던 사랑방 같은 곳이다. 인근에 분리파 근거지인 제체시온(Secession) 건물이 있고 빈 미술 아카데미가 옆에 붙어 있어 예술가들이 자주 찾았다고. 카페 내부는 지극히 심플하다. 군더더기 없는 화이트 톤 인테리어가 밋밋하게 느껴질 정도. ‘장식은 죄악’이라는 말을 남긴 빈의 모더니즘 건축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의 작품으로, 건축 당시 장식 하나 없는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쇠구슬 같은 조명이 포인트. 카페의 단골 손님으로는 클림트를 빼놓을 수 없다. 클림트와 에곤 실레는 이곳에서 처음 만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대가였던 클림트를 만나기 위해 실레가 양복을 차려입고 매일 찾아왔다고. 100여 년 전, 분리파 화가들이 작품의 영감을 얻고 교류하던 아지트에 와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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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프란츠 레하르의 단골 카페, 카페 슈펠

빈 6구에 위치한 유서 깊은 카페. 요한 슈트라우스 다음으로 성공한 오페레타 작곡가 프란츠 레하르(Franz Lehar)가 자주 찾던 카페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카페에 들어서면, 지난 138년의 역사가 훅하고 가슴을 파고든다. 음악가의 단골 카페답게 절로 악상이 떠오를 법한 클래식한 분위기. 19세기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빈티지한 인테리어가 마음에 쏙 든다. 블링블링한 샹들리에와 벽면을 가득 메운 흑백사진, 오래된 당구대와 신문철 등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세련된 체인 커피숍을 뒤로하고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올드 팝을 흥얼거리며 클래식 문양의 낡은 소파에 앉아 애플 시나몬 롤을 먹으며 한가롭게 일상을 보내고 있다. 머리가 희끗한 할아버지들은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아 토론을 하거나 삼삼오오 모여 체스나 당구를 즐기고 있다. 과거 빈의 카페엔 남성만 입장할 수 있었다. 여성이 출입할 수 있게 된 건 1856년부터라고. 1880년에 문을 연 카페 슈펠에선 빈의 전통적인 커피 하우스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비엔나커피’라 불리는 오리지널 아인슈패너(Einspanner)를 꼭 마셔볼 것. 손잡이가 달린 유리잔에 휘핑크림을 듬뿍 올린 에스프레소가 나오는데, 빈의 마부들이 피곤을 풀기 위해 먹던 달달한 커피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두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로맨틱한 장소이기도 하다. 제시와 셀린이 서로 마주 보며 손전화로 대화를 나누던 그 자리에 앉아보자.
location
Gumpendorfer Str. 11, 1060 Wien
tel
+43-1-586-4158
website
www.cafesper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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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 심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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